화투 비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비밀과 교훈

 

절기節氣상으로 12월은 추운 겨울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광을 살펴보면

 

웬 낯선 선비 한 분이 양산을 받쳐 들고 떠나가는 김삿갓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수양버들(실제로는 녹색인데,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앞다리를 들며 일어서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 양산과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개구리가 혹한酷寒의 계절인 12월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하다.

 

 

 

 

 

그러나 비광 속에 나오는 그림은 과거 일본 교과서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오노의 전설을 묘사한 것이다.

 

즉 비광 속의 갓 쓴 선비는 오노노도후小野道風라는 일본의 귀족으로서 약 10세기경에 활약했던 당대 최고의 서예가다.

 

한국 화투에서는 일본 화투에 나오는 그 선비의 갓 모양만 일부 변형시켰을 뿐, 나머지는 일본 화투와 동일하다.

 

또 개구리를 뜻하는 카에루(かえる)와 양산을 의미하는 카사(かさ)의 두운頭韻이 일치하는 것도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오노의 전설에 대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일본의 서예가였던 오노가 붓글씨에 몰두하다 싫증이 나자 잠시 방랑길에 올랐다.

 

비광에 등장하는 선비의 모습이, 머나먼 방랑길을 떠나는 오노의 모습이다.

 

그런데 오노가 수양버들이 우거진 어느 길목에 다다랐을 때, 아주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그것은 개구리 한 마리가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또 오르려다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그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오노는 연속적인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개구리의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미물微物인 저 개구리도 저렇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여기서 포기해서 되겠는가? 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붓글씨 공부에 정진하였고 결국 일본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고 한다.

 

 

 

 

또 쌍 피로 대접받는 비피의 문양을 보면,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방안의 커튼, 문짝 등 여러 가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비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서, 라쇼몬羅生門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50년에 다이에이大映 영화사가 라쇼몬이라는 영화를 제작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주연: 미후네 도시로, 교마치 코) 하여 큰 관심을 거두기도 하였다.

 

 

 

 

 

한편, 비피가 쌍 피로 대접받는 것은 라쇼몬이 죽은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귀신이 붙어있을 것이고 따라서 귀신을 잘 대접해야만 해코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일본인의 우환의식憂患意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와 비슷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한 얘기로 손이라 함은 귀신을 의미한다.

 

어른들이 가족의 중대사(예: 결혼, 이사 등)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손없는 날인가의 여부다.

 

그때의 손이 바로 귀신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손이라는 단어보다는 손님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님자를 붙여주는 이유 또한 손에다 님자를 붙여줌으로써 귀신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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